2016년 11월 23일 수요일

[논설칼럼] 종교개혁 500주년, 다시 생각하는 오늘의 개혁

이제 올해도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다가오는 정유년 새해는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시작한지 5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종교개혁으로 생겨난 많은 개신교회 중에서 특히 장로교는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칼뱅의 개혁정신을 따른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지만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 것처럼 계속해서 개혁되지 않는 교회는 다시금 개혁의 대상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마련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으며 두 가지 점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먼저 500년 전 종교개혁을 가능하게 했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구텐베르그의 금속활자로 대표되는 인쇄미디어의 발달이었다. 당시 신구약 성경을 모두 손으로 필사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성경은 로마 가톨릭 성직자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인쇄술의 발달로 일반인들에게 성경이 보급되었고 그 결과 사람들은 로마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과 다른 성경의 가르침을 직접 접하게 되었다. 1517년 루터가 발표한 '95개조 논제' 역시 이듬해 독일어 해설서와 함께 인쇄되어 급속하게 보급되었다. 인쇄 미디어의 발전은 소수에게 집중되었던 지식과 정보를 빠른 시간에 대중에게 확산시켰고 이를 통해 사람들은 무엇이 진리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갖게 되었다. 그래서 '오직 말씀으로'(솔라 스크립투라)라는 종교개혁 정신이 생겨났다.

오늘날 미디어의 발전은 500여년 전 인쇄술의 발전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요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손에 작은 컴퓨터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수 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 유명한 목회자의 설교를 언제 어디서든지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성경을 읽다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굳이 목회자를 통하지 않고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유명한 신학자들의 해석을 찾아볼 수도 있다.

미디어의 발전은 단순히 수많은 정보를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것만이 아니라 삶의 방식과 생활 방식까지 변화시킨다. 새로운 소통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일방적인 가르침이나 훈시는 통하지 않는다. 교인들과 교감하며 그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목회자의 진정성 있는 메시지만이 전달 될 수 있다. 이런 소통방식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하지 못하면 교회는 점점 불통의 늪으로 빠져 생명력을 잃게 된다.

다음으로 오늘날 교회의 위기는 언행의 불일치에 따른 신뢰의 위기이다. 교회가 듣기 좋은 말들은 많이 하지만 행동으로, 삶으로 복음의 진리를 전달하지 못하면 세상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다.

말뿐이 아니라 삶으로 자신의 것을 나누고 어려운 이웃을 섬기고 봉사하는 '솔라 디아코니아'의 정신이 필요하다. 성경말씀을 통해(솔라 스크립투라) 진리를 깨달아, 오직 믿음으로(솔라 피데) 구원에 이르고, 그 은혜와 감사함을 이웃과 나누고 봉사하는(솔라 디아코니아) 삶이 필요하다. 진정한 소통은 현란한 말로서만이 아니라 행함과 진실됨으로 가능하다.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신 것도 '말씀이 육신이 되어' 몸소 행함으로 말씀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교회가 진정한 소통의 자세로 스스로를 변화 시키며 솔라 디아코니아의 정신으로 이웃을 섬기고 봉사할 때 한국교회는 계속해서 개혁하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천영철 목사

[기독공보 2016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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