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8일 금요일

[논단] 만사소통(萬事疏通)


'만사소통'이란 모든 일이 막힘이 없이 잘 풀리려면 소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만사소통'이 '만사형통'의 필수조건이다. 지난 2012년 새해벽두에 한 공중파 방송이 '만사소통'이라는 특집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한국사회의 위기를 '불통'으로 보고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서로를 가로막고 있는 장벽이 무엇인지,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에 살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여기서 소통이란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란 말이다. 영어인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마땅히 번역할 말이 없지만 '소통'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여러 지인들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화두를 꺼내면 주로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는지,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인터넷이나 신문, 방송 같은 매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커뮤니케이션이란 주로 생각이나 사상을 전달하는 도구 혹은 기술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도구나 기술이 아닌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의 본질이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는 소통을 전제로 하고 있다. 가령, 우리 몸은 수십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세포간의 원활한 소통이 건강한 신체의 필수조건이다. 만약 신체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와 다른 세포간의 소통에 문제가 생기다면 이는 우리 몸이 병들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허준의 동의보감에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이라는 말이 있다. 소통하면 아프지 않고 소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뜻이다. 이렇게 소통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몸뿐만이 아니라 가족, 사회, 교회에서도 이 원칙은 어김없이 적용된다.

예를들어, 우리가 속한 가정은 하나의 생명 단위라고 볼 수 있다. 가정은 가족 간의 사랑을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생명의 기본 공동체이다. 가족 구성원 간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그 가정은 건강하고 살아있는 공동체이다. 하지만 부부간, 부모와 자녀간, 형제간의 소통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가정은 병들어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성도들 간의 생명 공동체이다. 교회가 건강한 공동체인지 병들어 죽어가고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바로 소통이다. 하나님과 성도들 간의 소통, 목회자와 성도들 간의 소통, 성도들 상호간의 소통이 원활하고 활발할때 교회 공동체는 강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고 다른 공동체에 건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소통이 막힐때 교회 공동체는 병들어 가고 자신만 병드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회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불통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병들게 할뿐 아니라 주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측면에서 죄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에덴동산의 비극은 아담과 하와의 죄로 말미암아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깨어졌다는 데 있다. 바벨탑의 죄악으로 인해 인간과 인간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깨어졌다. 바벨탑 사건이후 인류는 각기 다른 언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 사회와 교회의 위기는 소통의 위기이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 과거 그 어느 시대 보다 발달된 소통의 수단을 가졌지만 역설적으로 서로간의 불통으로 인한 위기를 겪고 있다. 소통의 문제는 도구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관의 문제이며 신앙의 문제이다.

나와 하나님과의 소통, 나와 성도들 간의 소통, 교회 내 세대간의 소통, 교회와 지역사회 간의 소통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때이다.

천영철 목사
WCC아시아지역커뮤니케이션담당관

[기독공보 2014년 04월 24일 (목) 일자 ]

댓글 없음: